선유돌 in Jeju


서울볼더스와 함께한 제주 여행! 자연볼더링을 비롯해 낚시와 카트레이싱까지 다양한 액티비티로 구성된 알찬 여행기

Published on December 15, 2023 by Pilseong

서울볼더스 볼더링 여행

7 min READ

암장에서 선유돌 활동으로 제주도를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번 모임은 제주 황우치 해변으로 볼더링을 하러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선유돌은 서울볼더스에서 진행하는 동호회 활동이기에, 야외 볼더링을 하러 갈 것이라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다. 물론 나는 굉장한 흥미를 가졌다. 왜냐고? 자연바위를 좋아하니까. 게다가 한국에서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볼더링을 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기에, 서울볼더스에서 제주도에 간다고 했을 때 이미 비행기표를 찾아보고 있던 나였다.

날이 참 좋았던 황우치 해변

참가 신청을 완료했고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비행기표를 예약했어야 했는데,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특히 일요일 밤 도착 일정의 티켓은 정말 구하기 어려웠다. 틈날 때마다 각종 항공사 앱을 실행해 쉴틈 없이 취소표를 조회했고 다행히 적당한 시간대로 예약할 수 있었다. 참석자들의 항공권이 모두 확보된 이후에 제주도에서의 일정들이 공유되었다.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다.

  • 한라산 정상 등산 (1일차)
  • 황우치 해변 볼더링 (2일차, 3일차)
  • 바다낚시 (2일차)
  • 9.81 카트레이싱 (3일차)

한라산 정상 등산

첫날,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는 새벽 시간대의 비행기를 타야 하다 보니 택시를 전날 미리 예약했다. 덕분에 제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했고 탑승구 앞에서 모두 만나 같이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바로 렌터카를 타고 성판악 휴게소로 출발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미니와 나는 정상을 못 가리라 생각했다. 출발시각이 다소 늦은 감이 있었고 인원도 많았기에 적당히 올라가다가 오름 코스로 빠지던가,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돌아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그들은 정말 빨랐고 늘 앞서서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그들은 산을 정말 빠르게 잘 탔다. 트레일 러닝을 하는 사람, 반스(Vans) 신발을 신고도 빠르게 올라가는 사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무리의 앞과 뒤를 옮겨 다니며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 그냥 빠른 사람 등 미니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빨랐다. 백록담까지 아마도 세 시간이 안 걸렸던 것 같다. 쉬는 시간을 포함하고서라도 원점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6시간 반이 안 걸렸었으니까.

10월 말 한라산엔 조금이지만 단풍이 남아있었다

물론 그들이 늘 앞서만 간 것은 아니었다. 뒤에 있었던 미니와 나의 속도에 맞추어 같이 걸어주고 말동무도 많이 해주었다. 회원들을 케어한다는 비즈니스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산을 오르며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얘기들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등산을 하며 가까워진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도전적이었지만 운동과 재미 모든 것을 챙겼던 한라산 등산

하산 후에는 서귀포 명동로에 있는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고 사우나를 즐긴 뒤 숙소 근처 맥줏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맥주 가게는 제주약수터라는 곳이었는데, 맥주 종류가 워낙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였다. 맥알못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모든 맥주가 다 맛있었다.

서귀포 명동로는 여러 맛집들뿐만 아니라 시장도 있어서 구경하기 좋았다

황우치 해변 볼더링

개인적으로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이었다. 해변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볼더링을 하는 것은 운동의 성취감과 자연에서의 힐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였기 때문이다. 바닥이 모래사장이기 때문에 서볼에서 가져온 소형 사이즈의 패드 세 장으로 충분했다. (물론 패드는 많을수록 좋겠지만 비행기 수하물 처리와 차량 이동 시 부피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황우치 해변

둘째 날, 오전 9시쯤 황우치 해변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10시 반에 해변에 도착해 근처 적당한 곳에 주차를 했다. 주차장에서 볼더까지의 어프로치는 대략 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흙길을 지나 푸른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로 나오는 시점의 뷰가 정말 좋았다. 10월 말에 황우치 해변은 무척 더웠다. 해변 특성상 그늘이 없기 때문에 태양의 열기를 그대로 받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양산 혹은 우산이라도 꼭 챙길 것이다. 그리고! 돗자리도 하나 챙길 것이다.

황우치 해변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볼더 난이도는 다양하게 존재했다. V1~V5가 가장 많았고, V6~V9 사이의 루트들은 모두 합쳐도 5개 정도였던 것 같다. 바위 질감은 해변가에 있는 볼더여서 그런지 굉장히 부드러웠다. 같이 간 미니의 말에 의하면 본인이 해봤던 볼더들 중 가장 부드러웠다고 한다(미니는 불암산, 안양예술공원, 고래볼더를 경험했었다). 돌이켜보면, 황우치에서는 그녀가 단 한 번도 손바닥이 아파서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자연 볼더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스킨 부담이 없을만큼 부드러웠다

높은 고도감으로 멘탈을 시험하는 볼더, 쥐어짜는 멘틀링을 필요로 하거나 약간의 코디가 필요한 루트 등 다채로운 동작들을 요구하는 볼더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따라서, 단체로 방문하더라도 누구나 즐겁게 볼더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급자들은 고난도의 루트가 많이 없기 때문에 심심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해수욕을 즐겨라.

등반 전 심기일전

바다낚시

오전 일정인 황우치 볼더링을 마치고 오후 두 시쯤 바다낚시를 하기 위해 서귀포 법환포구로 이동했다. 이번 선유돌 in Jeju 덕분에 처음으로 해 볼 수 있었다. 사실 낚시 자체는 한 번 해 본 적이 있다. 겨울철 빙어낚시. 그 당시에도 조그만 낚시도구에 무엇인가가 당겨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참 짜릿했었다. 바다낚시는 빙어낚시에 비해 사용하는 도구나 주변 환경의 규모가 훨씬 컸기 때문에 그 짜릿한 손맛에 대한 기대감도 무척이나 컸다.

출항 전 주의사항과 참돔을 낚기 위한 선장님의 팁을 숙지 중

항구에 도착해서 선장님을 만났다. 배에 승선한 후 출항 신고서를 작성했다. 출항 전 선장님의 바다낚시 주의사항 및 기타 꿀팁을 전수받고 바다로 나섰다.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잡어 두 마리를 낚았다. 시작이 좋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낚싯대가 평화로웠다. 초반에 운을 다 써버렸던 걸까. 선장님도 기죽은 우리를 위해 여러 스팟을 옮겨 다니며 더 깊은 바다로 장소를 이동해 주셨다. 모두가 실망하고 지칠 무렵, 누군가의 낚싯대의 입질이 크게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60cm가 훌쩍 넘는 첫 참돔을 낚은 주인공

그의 첫 참돔을 신호탄으로 여기저기 승전보가 들려왔다. 뒤이어 두 마리의 참돔과 여러 잡어들을 낚으며 배는 축제 분위기었다. 선장님도 기분이 좋으셨는지 더 멀리 배를 옮겨주셨고 그 덕에 많은 생선들을 낚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낚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부동석처럼 가만히 서서 조용히 낚시질을 하는 정적인 모습인데,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낚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돔을 낚기 위해 협동하고 그것을 낚았을 때 같이 기뻐해 주는 일체감이었다.

직접 잡은 참돔으로 뜬 회

해가 바다 뒤로 넘어가 어두워질 때쯤 항구로 복귀했고 근처에 있는 횟집으로 가서 우리가 잡은 참돔으로 저녁을 먹었다. 직접 잡은 생선으로 회를 떠서 먹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참돔 자체는 식당에서 파는 가격보다는 매우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지만 차림비나 사이드 메뉴 등 부가적인 옵션들을 포함하다 보니 총 결제 금액은 생각만큼 경제적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접 잡은 생선으로 회를 떠서 먹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는 있었다.

레이스981 & 제주맥주 브루어리 투어

마지막 날 일정은 레이스981제주맥주 브루어리 투어였다. 레이스9819.81 파크 제주의 어트랙션 중 하나인 무동력 카트를 타고 다운힐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다. 예전에 미니와 같이 제주도에 갔었을 때 해보고 싶은 액티비티였는데 당시 일정이 촉박하여 아쉽게도 못 즐겼었다. 이번 선유돌 활동을 통해 그 아쉬움을 싹 해소할 수 있었다.

레이스981은 센터 중앙에 있는 전광판을 통해 그 랭킹을 공개하기 때문에 모두가 기록을 세우는데 전념했다.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어떻게 하면 브레이크를 최소화하여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다들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랬는지 기록들이 꽤나 좋았다. 나 빼고..

레이스를 마치고, 마지막 일정으로 그 근방에 있는 제주맥주 브루어리를 방문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브루어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똥 냄새가 온 사방에 가득했던 것이다. 혹시 맥주 원료 혹은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냄새였을지도 모르겠다.

브루어리 내부는 깔끔했고 기프트샵과 맥주를 파는 공간, 구입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펍에서 파는 캔 맥주를 하나 사서 먹어봤는데 생산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맛이 깔끔하면서 풍미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미니도 직장 동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두 캔 정도 구입했고 일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민트색 천국인 제주맥주 브루어리

마무리

여러 차례 제주도를 방문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유돌 in Jeju 덕분에 새로운 컨텐츠들을 즐길 수 있었다. 단순히 자연 볼더링만 하는 게 아니라 등산과 낚시 그리고 어트랙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어서 더욱 신선한 여행이었다. 일행 중 한 분의 표현처럼 ‘풀 패키지급’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박 3일 동안 서볼 스태프분들의 안내와 도움으로 완성도 높은 여행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운전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항상 무거운 카메라를 매고 다니고, 볼더링을 위해 패드도 매고 다니신 서볼 스태프 네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선유돌 in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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